2003년 나란히 경제자유구역 지정됐지만 개발 출발부터 달랐던 송도·청라
송도는 바이오·국제업무 중심으로 자족기능 확보…청라는 생활·문화도시로 반전 시도

[출처=픽사베이]

송도와 청라는 2003년 같은 날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지정됐다. 인천이라는 행정구역을 공유하고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을 만들겠다며 함께 키운 도시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모습은 다르다. 송도에는 바이오 기업과 대학, 국제기구, 업무시설이 들어섰고 청라는 쇼핑·스포츠·문화시설을 중심으로 도시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 한쪽은 일자리를 품은 도시로 성장했고, 다른 한쪽은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승부에 나선 셈이다.

두 도시의 차이는 개발이 시작되기 전부터 있었다. 송도는 1979년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이 마련됐고 1984년 수도권정비 기본계획에 신도시로 반영됐다. 1986년에는 송도정보화신도시 조성계획이 수립됐으며 1994년 매립공사가 시작됐다. 반면 청라의 전신인 동아매립지는 1980년 농경지 조성을 목적으로 매립 승인을 받아 1991년 준공됐다. 정부가 동아매립지를 사들인 것은 1999년이다. 국제도시를 만들기 위해 바다를 메운 송도와 농경지로 조성된 땅에 국제도시 계획을 입힌 청라는 태생부터 달랐던 셈이다.

전환점은 2003년이다. 정부는 그해 8월 송도·영종·청라를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같은 해 10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출범하면서 외국인 투자와 기업 유치를 위한 개발이 시작됐다. 송도에서는 국제업무·주거·교육 기능을 함께 갖추는 개발이 진행됐고, 셀트리온 유치가 바이오 산업의 출발점이 됐다. 청라에도 GM대우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기업 유치가 시작됐다.

송도는 집보다 ‘직장’을 먼저 채웠다

20여년이 흐르면서 격차를 만든 것은 아파트 숫자보다 도시 안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이 집적됐다. 여기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인천글로벌캠퍼스, 국제기구, 컨벤시아, 국제업무시설 등이 들어섰다. 주택만 공급하는 신도시에서 벗어나 기업과 대학, 연구시설을 함께 갖추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바이오는 송도의 정체성을 바꿨다. 아파트와 센트럴파크로 알려졌던 신도시가 기업이 투자하고 사람이 출근하는 산업도시로 변했다. 바이오 생산시설 증설이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과 연구개발 시설을 추가로 끌어들일 기반도 생겼다.

송도의 강점은 여기서 나온다. 서울로 출퇴근하지 않더라도 도시 안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자족기능이다. 수도권 신도시 상당수가 서울의 주택 수요를 받아내는 베드타운 문제를 겪었지만 송도는 기업 유치를 통해 이를 일부 상쇄할 수 있었다.

청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조성하는 등 기업 유치가 진행됐지만 송도처럼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업 집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은 같았지만 도시 안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의 성격과 규모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

송도가 ‘무슨 아파트에 사느냐’뿐 아니라 ‘어디에서 일하느냐’까지 도시 안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성장한 데 비해 청라는 주거 기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출처=픽사베이]

기업에서 밀린 청라, 이번엔 ‘놀거리’로 판 바꾼다

청라의 반격 카드는 송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다.

핵심은 스타필드 청라와 돔구장이다. 스타필드 청라는 쇼핑시설에 2만3000석 규모 돔구장을 결합하는 복합개발로 추진되고 있다.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는 K팝 공연과 e스포츠 대회, 전시 등을 열 수 있도록 계획됐다. 기존 교외형 쇼핑몰에 경기장과 문화시설을 결합해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SSG랜더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점도 기존 신도시 개발과 다르다. 기업의 본사나 생산공장을 유치해 상주 근로자를 늘리는 송도와 달리 청라는 쇼핑과 스포츠, 공연을 묶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2028년 공식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다만 최근 오수관로 공사비 증가와 관련 공사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2028년 정상 개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발 호재를 실제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예정된 시설을 계획대로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청라가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쇼핑시설 하나가 추가되는 차원을 넘어 도시를 방문할 이유 자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경기가 열리면 수만명이 이동하고, 비시즌에는 공연과 전시 수요를 받을 수 있다. 쇼핑몰과 호텔, 식음시설까지 연결되면 방문객의 체류시간도 길어진다. 성공할 경우 청라는 송도와 같은 기업도시가 아니라 수도권 서북부의 소비·문화 거점이라는 별도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송도처럼’이 아니라 다른 도시로…청라의 승부는 이제부터

두 도시의 현재 모습은 20여년 전 경제자유구역 지정 당시와는 달라졌다.

송도는 바이오와 국제업무 기능을 축적하면서 기업과 일자리를 도시 내부로 끌어들였다. 산업 기반이 주거 수요를 만들고, 인구 유입이 다시 상업·교육시설 수요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청라는 산업 클러스터 경쟁에서는 송도에 뒤졌지만 생활·문화 인프라에서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스타필드와 돔구장이 계획대로 자리 잡는다면 청라를 평가하는 기준도 ‘송도보다 기업이 얼마나 적은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가’로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차이는 중요하다. 신도시 집값은 공급 초기에는 교통과 새 아파트라는 조건에 크게 움직이지만 도시가 성숙할수록 일자리와 교육, 상업·문화시설 등 내부 수요를 만들어낼 시설의 영향이 커진다. 개발계획에 적힌 시설이 실제 완공되고 사람이 이용하기 시작해야 도시 가치로 연결된다.

송도 역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개발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주택 공급과 상권 활성화, 교통망 확충을 함께 풀어야 한다. 기업을 유치했다고 도시 개발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기업 근로자가 송도에 거주하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자족도시의 효과가 커진다.

청라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스타필드와 돔구장은 아직 완성된 자산이 아니다. 최근 기반시설 공사 지연 문제가 제기된 만큼 개장 시점과 사업 진행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계획만으로 주택 수요와 상권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결국 같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간판이 두 도시의 같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송도는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출발해 바이오와 국제업무 기능을 쌓았고, 농경지로 조성됐던 청라는 경제자유구역으로 변신한 뒤 다시 문화·레저 기능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여년의 승부가 ‘어느 도시에 기업과 일자리가 더 많이 들어왔느냐’였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송도는 만들어 놓은 자족기능을 도시 전체의 활력으로 확산해야 하고, 청라는 스타필드와 돔구장이라는 계획을 실제 방문 수요와 소비로 바꿔야 한다.

같은 날 경제자유구역이 된 송도와 청라가 이제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송도가 ‘일하러 가는 도시’를 만들었다면 청라는 ‘놀러 가는 도시’에 승부를 걸었다. 어느 전략이 부동산 가치와 도시 경쟁력을 더 오래 끌어올릴지는 청라의 대형 개발사업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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