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올림픽 앞두고 강제철거로 탄생한 목동과 상계동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재건축 국면서도 격차 더 커져
학군·입지·평형 구성 차이가 40년 뒤 자산가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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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서울 목동과 상계동은 같은 시대의 산물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도시 미관 개선을 명분으로 대규모 무허가 주택 철거에 나섰고, 그 자리에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했다. 당시만 해도 두 지역은 서울 주택난을 해결할 대표적인 신흥 주거지로 함께 출발했다. 그러나 40여 년이 흐른 지금 두 지역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목동은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자리 잡았고, 재건축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상계동 역시 재건축이 진행 중이지만 같은 30평형 기준 아파트 가격은 목동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머문다. 같은 시기에, 같은 정책으로 만들어진 두 지역이 왜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됐을까.

같은 시대, 같은 철거…출발은 거의 같았다

목동 신시가지가 들어선 자리에는 원래 대규모 무허가촌이 있었다. 서울시는 1980년대 초 목동 일대 허가주택 580동과 무허가주택 1779동 등 모두 2359동을 철거했고, 세입자와 가옥주를 포함해 520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철거 대상 세입자만 1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약 3년 동안 이른바 ‘목동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무허가 주택도 일정 부분 재산권을 인정받았으며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이주비 지원을 확보했다. 끝까지 저항했던 일부 주민은 현재의 경기 시흥시 신천동으로 이주했다.

상계동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원구 상계동 철거 과정은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에 그대로 기록됐다. 철거민들이 강제집행에 맞서고 김수환 추기경이 현장을 찾아 미사를 집전하는 장면은 당시 도시개발의 이면을 상징하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두 지역 모두 1985~1988년 사이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다. 태생만 놓고 보면 목동과 상계동은 사실상 같은 출발선에 있었던 셈이다.

40년 뒤, 집값은 5배 가까이 벌어졌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차이는 같은 출발선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는 최근 36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신시가지1단지 전용 83㎡도 26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불과 몇 달 사이 수억원씩 뛰는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후 일반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반면 상계동은 재건축 기대감에도 가격 수준은 크게 다르다. 상계주공11단지 31평형은 약 8억5000만원, 상계주공16단지 31평형은 약 7억원 수준이다. 같은 30평형 기준으로 비교하면 목동이 상계동보다 4~5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분당과 일산의 가격 차이가 두 배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과 비교하면 목동과 상계동의 격차는 훨씬 극단적이다. 두 지역 모두 서울 안에 있고 같은 시기 개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차이다.

갈라진 이유는 학군과 입지, 그리고 평형

시장에서는 두 지역의 차이를 단순히 재건축 속도로 설명하지 않는다.

목동은 오래전부터 서울을 대표하는 교육특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형 학원가와 우수한 학군이 형성되면서 교육 수요가 꾸준히 유입됐고, 이는 다시 주택 수요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여의도와 광화문, 강남 접근성이 모두 뛰어난 입지 경쟁력도 더해졌다.

반면 상계동은 서울 북동부의 대표 주거지로 성장했지만 목동처럼 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상징적인 학군을 만들지는 못했다. 직주근접 측면에서도 강남권과 거리가 있는 데다 자족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주택가격 상승 속도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사업에서도 두 지역의 차이는 이어진다. 목동은 대형 평형 비중이 높고 일반분양 물량 확보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축 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 속도와 함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상계동은 사업이 느린 것은 아니다. 포레나노원이 이미 입주를 마쳤고,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보람아파트와 상계주공6단지도 정비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소형 평형 비중이 높아 사업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일반분양 수익이 제한되면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재건축은 같은 출발선을 다시 맞춰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입지와 상품성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0년 전에는 철거, 지금은 재건축

아이러니한 점은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풍경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에는 올림픽과 도시개발을 위해 철거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지금은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셋값과 월세가 오르고, 기존 세입자들이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상계동에서는 소형 아파트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의정부 등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개발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주거비 상승이 기존 거주민을 밀어내는 현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목동과 상계동의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이라는 같은 호재를 안고 있지만 교육환경과 입지, 평형 구성, 사업성 등 이미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경쟁력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모든 노후 아파트의 가치를 똑같이 끌어올리는 사업이 아니라 기존 입지 경쟁력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라며 “목동과 상계동은 같은 시기에 출발했지만 학군과 주거 선호도, 사업성이 누적되면서 재건축 이후에도 자산가치 차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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