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삼부토건의 지배구조 취약성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주총회가 2년 연속 열리지 못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부재, 이사회 독립성 부족, 감사기구 전문성 미흡 등이 동시에 드러나면서 회생 이후 지배구조 정상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부토건이 최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6.7%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4개만 충족한 수준이다. 나머지 11개 항목은 미준수 상태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핵심지표는 주주권 보호, 이사회 운영, 감사기구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들이 지배구조 개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준수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삼부토건의 경우 일반 기업과 동일 선상에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현재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2025년 3월 6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아 회생절차 진행 중”이라며 “71기와 72기 정기주주총회는 미개최됐다”고 밝혔다.
실제 핵심지표 가운데 주주 관련 항목은 사실상 대부분 충족하지 못했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전자투표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회피, 현금배당 예측가능성 제공, 배당정책 통지 등 5개 항목 모두 미준수로 기재됐다. 회사는 대부분의 사유로 회생절차 진행과 정기주주총회 미개최를 제시했다.
주주총회는 주주의 기본 권리가 실현되는 핵심 통로다. 이사회 선임, 감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배당 결정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만큼 주총 공백은 곧 주주권 행사 공백으로 연결된다.
삼부토건 역시 회생절차 개시 이후 주총을 열지 못하면서 주주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경영승계 체계 부재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는 CEO 승계정책 마련 여부 항목에서 미준수 판정을 받았다. 보고서에는 “대표이사 유고 시 직무대행 내용은 있으나 승계정책은 미수립”이라고 명시됐다.
최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경영 공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상 승계계획과 후보군 관리체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삼부토건은 관련 체계를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사회 독립성 역시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삼부토건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가’라는 핵심지표 역시 미준수로 분류됐다.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경우 경영진 견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지만 현재 삼부토건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개선 여지가 확인됐다. 회사는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 성(性)이 아님’ 항목에서 미준수 판정을 받았다. 보고서에는 “모두 단일성으로 구성”돼 있다고 기재됐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이사회 다양성이 기업 경쟁력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받는 만큼 향후 이사회 재구성 과정에서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 기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삼부토건은 독립적인 내부감사 지원조직 운영과 중요정보 접근 절차는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부감사기구 내 회계·재무 전문가가 없고, 경영진 없이 분기별 외부감사인과 회의를 개최하는 체계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근감사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주구성이다.
최대주주는 디와이디로 지분율은 3.39%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96.61%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인 오너 중심 기업과 비교하면 지배력이 상당히 분산된 구조다. 향후 회생절차 종료 이후 신규 투자자 유입이나 경영권 변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재무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5749억원에서 2024년 4442억원, 2025년 1109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각각 782억원, 1425억원, 266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지속됐다. 연결 자산총액 역시 2023년 5137억원에서 2025년 1744억원으로 감소했다.
결국 삼부토건의 현재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히 제도 미비라기보다 회생절차라는 특수 상황과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회생절차 종료 이후에도 주총 정상화, CEO 승계체계 구축, 이사회 독립성 강화, 감사 전문성 확보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투자자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도 보고서에서 “회생절차 종결 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회생절차 마무리와 함께 지배구조 정상화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회사 재건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