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투자의 균형 다시 세우겠다”…공급·금융·세제 전면 재검토 시사

[출처=언스플래시]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을 대한민국의 가장 어려운 정책 과제로 규정하며 공급과 금융, 세제를 모두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발언에서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규제를 예고했다는 점보다 정부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집을 ‘주거 공간’이 아닌 ‘돈을 버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구조가 지금의 가격 불안과 자산 양극화를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은 “어느 날부터인가 주택이 주거 수단인 동시에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며 “그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 비중이 어느 정도냐”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인식 변화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앞으로 공급과 금융, 세제 정책 전반을 설계하는 기준을 제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을 ‘자산’ 아닌 ‘주거’ 중심으로 되돌리겠다는 신호

이번 발언의 핵심은 집값 자체보다 주택이 가진 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겹치면서 주택이 거주의 공간보다 투자 대상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뒤섞이면서 집값 상승이 다시 더 많은 투자 수요를 부르고, 그 결과 주택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격 상승을 기대해 먼저 사두는 가수요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 채보다 두 채가 낫고, 3억원짜리보다 30억원짜리가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지금의 시장을 투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규정했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정부가 추진한 고강도 대출 규제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을 통해 투자 수요를 키우기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하겠다는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공급·금융·세제 모두 다시 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세 축인 공급과 금융, 세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우선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서울에서 더 이상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과거처럼 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대출이 단순한 민간 자금이 아니라 국민 신용과 국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공적 기능을 가진 만큼, 누구에게 금융을 공급할 것인지는 정책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와 투기를 위한 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결국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부동산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세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세제 개편 논의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법정 예산안 제출 일정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며 추가 논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종합부동산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양도소득세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정책보다 먼저 제시한 것은 ‘원칙’

이날 토론회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오늘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단서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팩트’와 ‘책임’을 반복해서 강조한 부분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한 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결국 정부가 책임지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최종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은 영역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결론에 이르게 하는 힘이 권력”이라며 “권한을 행사한 만큼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정책 결정은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개별 규제보다 정책 철학이 먼저 공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 확대와 실수요 보호라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금융과 세제를 활용해 투기 수요를 관리하고 주택을 본래의 주거 기능으로 되돌리겠다는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한 자리가 아니라 정부가 앞으로 어떤 철학으로 부동산 정책을 운용할 것인지 보여준 자리였다”며 “결국 향후 공급 정책과 대출 규제, 종부세와 양도세 개편까지 모두 ‘실거주 중심’이라는 큰 원칙 아래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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