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정산금 납기 연장과 협상 시간 확보
벨기에 오피스 자산 가치 하락과 금융구조 부담
국내 첫 상장 리츠 회생절차의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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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국내 상장 리츠 최초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일단 시간을 벌었다. 환헤지 계약 정산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법원의 보전처분 기간도 늘어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은 이를 위기 해소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임시 조치로 보고 있다. 자산 가치 하락과 환헤지 부담, 차입 구조 문제 등 근본적인 위험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하나은행과 약 800억원 규모 환헤지 계약 정산금 납입 시점을 2027년 11월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법원도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전 채권단과 자율 협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보전처분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 조치로 단기 유동성 압박은 다소 완화됐지만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 자산 가치와 금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헤지 정산금 연장과 회생절차 유예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일반적인 부실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영업활동에서 적자가 누적된 기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을 보유하고도 금융구조 문제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사례다.

회사의 핵심 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는 벨기에 정부 기관 등이 입주한 오피스 빌딩으로 장기 임대차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임대료를 창출하고 있다. 영업활동 자체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환헤지 정산금과 차입금 상환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이번 환헤지 정산금 납기 연장은 당장의 현금 유출을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채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협상 시간을 확보한 것일 뿐 근본적인 재무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다.

환헤지 구조와 캐시트랩 부담

위기의 출발점은 2020년 파이낸스타워 인수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외 자산 투자에 따른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 환헤지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계약은 6개월 단위로 정산하는 구조였다.

저금리와 안정적인 환율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과 원·유로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환헤지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대규모 정산금이 발생했고, 회사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를 반복적으로 발행해야 했다.

올해 5월 예정된 환헤지 정산금만 최소 864억원에서 최대 1015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 수익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현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금융구조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도입된 캐시트랩도 부담을 키웠다. 대주단은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임대료 수익을 대주단 관리 계좌에 예치하도록 하는 조건을 설정했다. 이후 외부 감정평가 결과 파이낸스타워의 LTV가 61.02%로 평가되면서 약정 기준인 52.5%를 초과했고, 결국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임대료는 발생했지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크게 줄어들었다.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막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구조 정상화와 남은 과제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도 잇따라 차질을 빚었다. 회사는 올해 초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투자심리 위축과 감정평가 논란 등이 겹치며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추가 회사채 발행도 시장 여건 악화로 쉽지 않았다.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만기가 도래한 전자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고, 이어 공모사채 600억원과 환헤지 정산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흑자 리츠가 금융구조 문제만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진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캐시트랩 발동 가능성과 유동성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자금조달 계획이 무산된 이후 자산관리회사 대표가 사임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채권단과 자율 구조조정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환헤지 정산금 납부 기한 연장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부동산 투자 실패라기보다 금융구조 설계 실패에 가깝다”며 “우량 자산을 보유하고도 금리와 환율, 차입 구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회생절차는 해외 부동산 투자 자체보다 금융구조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확보한 시간은 위기 극복이 아니라 추가 협상을 위한 유예기간에 가깝다. 향후 자산 가치 회복과 금융구조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회생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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