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해수처리시설 잔고 4조7008억…진행률 4%로 본격 매출 인식 앞둬
기존 중동 대형 현장 준공 구간 진입…2029년까지 물사업이 해외 일감 뒷받침
하루 500만배럴 처리 초대형 프로젝트…후속 수주 여부가 사업 확대 관건
현대건설 해외사업에서 ‘물’ 사업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현대건설의 해외 공사 계약잔액은 17조8534억원으로, 이 가운데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이 4조7008억원을 차지한다. 전체 해외 일감의 26.3%로, 해외에서 남은 일감 4원 중 1원 이상이 단일 물 인프라 사업에 걸려 있는 셈이다. 공사 진행률도 3.5% 수준에 그쳐 매출 인식은 이제 시작 단계다.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현대건설의 해외 실적을 이끌었던 대형 중동 현장들이 공사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계약잔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 UAE 원전은 4조1480억원 규모의 공사 가운데 남은 일감이 26억원에 불과하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도 계약잔액이 3605억원까지 줄었다. 반면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은 2029년 말까지 공사가 예정돼 있어 기존 대형 프로젝트의 빈자리를 장기간 메울 수 있다.
사업 성격도 기존 중동 수주와 다르다. 정유·가스 처리시설과 원전 등 에너지 플랜트를 중심으로 대형 해외 일감을 확보해온 현대건설이 이번에는 바닷물을 처리해 유전에 공급하는 수처리 인프라에서 4조7000억원이 넘는 잔고를 확보했다. 단일 사업이지만 해외 전체 계약잔액의 4분의 1을 웃돈다. 기존 플랜트 현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시기에 물 인프라가 해외 실적을 떠받칠 장기 일감으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 일감 4분의 1이 이라크 물사업…2029년까지 매출 기반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은 별도 기준 국내 7조4817억원, 해외 5조8186억원 등 총 13조3003억원을 수주했다. 6월 말 계약잔액은 국내 57조8674억원, 해외 17조8534억원으로 총 75조7208억원이다.
해외 잔고 가운데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의 규모가 두드러진다. 기본도급액 4조8730억원 가운데 6월 말까지 반영된 완성공사액은 1722억원에 그쳤다. 계약잔액은 4조7008억원으로 해외 전체 잔고의 26.3%에 달한다. 계약상 공사기한은 2029년 12월이다.
기존 중동 현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UAE 원전은 기본도급액 4조1480억원 가운데 계약잔액이 26억원까지 줄었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공사도 2조6322억원 가운데 3605억원만 남았다. 사우디 아미랄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공사는 기본도급액 2조8884억원 가운데 잔액이 7386억원이다. 과거 해외 매출을 이끌었던 대형 현장의 일감이 소진되는 동안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은 앞으로 인식할 물량 대부분이 남아 있다.
이번 사업은 기존 중동 플랜트와 성격도 다르다. 바닷물을 처리해 이라크 바스라 일대 유전에 공급하는 대규모 물 인프라 사업이다. 하루 약 500만배럴의 용수를 생산해 유전에 주입함으로써 원유 생산을 지원한다. 단순 상하수도 시설이 아니라 유전 개발에 필요한 산업용수 인프라다.
현대건설은 토목사업의 주요 영역으로 물환경·수처리 사업을 두고 있다. 해외 토목에서도 해양·도로·수자원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제시한다. 이라크 사업은 기존 수자원·수처리 역량이 단일 해외 프로젝트 기준 5조원에 가까운 일감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9년 첫발 뗀 이라크 물사업…6년 만에 본공사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사업은 2019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현대건설은 이라크 바스라석유회사가 발주한 해수공급시설 사업의 낙찰의향서를 접수했다. 예상 계약금액은 약 2조9000억원이었다. 바스라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에 필요한 하루 약 500만배럴의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짓는 사업이었다.
이후 발주처 사정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고 사업 구조도 바뀌었다. 토탈에너지스가 참여하는 이라크 에너지 개발사업의 하나로 다시 추진되면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본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처음 사업 참여에 나선 뒤 6년여 만에 실제 공사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현장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월 현대건설과 1141억원 규모의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6월 말 기준 완성공사액이 1722억원까지 올라온 것도 본공사가 매출로 잡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존 중동 프로젝트의 잔고가 줄어드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UAE 원전과 이라크 정유공장 등 과거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로 향하는 동안 이라크 물사업은 2029년까지 공사가 이어진다. 기존 현장에서 빠지는 매출을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가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다.
4.7조 한 건 넘어설까…수익성과 후속 수주가 관건
다만 4조7000억원이 넘는 잔고만으로 물사업을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물사업의 비중을 단숨에 끌어올린 것은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이라는 단일 초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수익성이다. 2029년까지 4조7008억원을 매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정과 원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실제 이익 기여도는 달라진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잔고 규모와 수익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후속 수주도 필요하다. 이라크에서 확보한 대형 수처리시설 수행 실적을 다른 중동 프로젝트로 연결할 경우 물사업의 의미는 달라진다. 정유·가스 플랜트와 유전 개발 경험에 수처리 역량을 결합해 수주 영역을 넓힐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도 해외 토목사업에서 수자원을 주요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다. 기존 중동과 동남아뿐 아니라 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결국 이라크 해수처리시설은 현대건설 해외사업의 일감 구성이 바뀌는 시점에 들어온 프로젝트다. 기존 중동 플랜트가 준공을 향하는 사이 해외 잔고의 26.3%를 차지하는 물 인프라 사업은 이제 공사를 시작했다. 4조7008억원의 잔고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후속 사업까지 확보할 경우 물사업이 해외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