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와 급감한 현금성 자산
반복된 유상증자 중심 자금조달 구조
유동성 부담과 재무 정상화 과제 부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상지건설의 187억원 규모 유상증자 일정이 멈추면서 시장의 관심은 회사의 재무 체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는 운영자금 조달이지만, 실제로는 빠르게 줄어든 현금을 보충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최근 수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하기보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의존해온 만큼 이번 증자 지연은 단순한 일정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지건설은 과거 ‘상지리츠빌’과 ‘상지카일룸’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권 고급 주거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금융비용 증가가 이어지면서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이 동시에 약화됐다. 최근 추진 중인 개발사업도 장기간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적 악화와 현금 감소
상지건설의 실적은 최근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3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회사는 2024년 217억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4억원에 그쳐 영업손실 규모가 매출을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후에도 적자 흐름은 이어졌고 2025년과 올해 1분기까지 수익성 회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금 감소 속도도 가파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말 429억원에서 2024년 말 88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47억원까지 감소했다. 1년여 만에 보유 현금 대부분이 소진된 셈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현금은 사업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재원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운영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현재의 현금 규모만으로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된 유상증자와 자금조달 구조
상지건설은 최근 수년간 부족한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해왔다. 2023년 56억원, 2024년 70억원, 2025년 10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해에는 187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추진했다.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4년 연속 유상증자다.
주목할 부분은 증자 규모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축적하기보다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유동성 보강보다 구조적인 자금 조달 의존으로 해석하고 있다.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상지건설의 시공사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단계만 하락해도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만큼 회사채 발행 시 높은 금리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자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유상증자가 현실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반복적인 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유동성 부담과 향후 과제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의 성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달 자금이 새로운 성장사업 투자보다 기존 사업의 운영과 금융비용 부담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다. 이는 회사의 현금흐름 개선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상지건설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며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당시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저점 대비 약 14배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가는 다시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시장의 관심이 테마에서 재무로 이동하면서 적자와 현금 감소, 반복된 유상증자 등 기초 체력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증권신고서 효력이 정지되면서 유상증자 일정도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회사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뒤 다시 심사를 거쳐야 하며, 투자자 모집 절차도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히 신주를 발행하는 절차를 넘어 상지건설의 재무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지속된 적자와 빠르게 감소한 현금, 반복된 자본시장 의존은 회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향후 상지건설의 경영 정상화 여부는 유상증자 성사 자체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과 재무구조 개선을 얼마나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