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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경쟁하던 수주 시장이 최근 들어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중심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조합원들이 시공 능력보다 브랜드 가치를 우선시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사실상 ‘빅2’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이노무 집구석이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현대건설의 ‘디에이치·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 약 38% 수준에 달했다. GS건설의 ‘자이’까지 포함하면 상위 3개 브랜드 점유율은 56%에 달한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두 곳 중 한 곳 이상이 이들 브랜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재건축 시장은 이른바 ‘빅5’ 건설사들의 경쟁 무대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뿐 아니라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사업장별로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조합원들의 브랜드 선호가 극단적으로 강화되면서 수주 경쟁 자체가 특정 건설사 중심으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시공사 선정은 더 이상 건설사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수십억원 규모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에는 공사비와 설계, 사업 추진 능력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브랜드가 붙었을 때 얼마나 높은 시세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됐다.

실제 정비업계에서는 래미안과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의 경우 향후 시세 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브랜드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공사 선정 과정이 건설 기술 경쟁이 아닌 브랜드 가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는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사업 추진 상황을 고려할 때 DL이앤씨의 수의계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조합 내부에서는 삼성물산의 입찰 참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조건이나 공사비보다 래미안 브랜드가 가져올 상징성과 향후 자산 가치 상승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떤 건설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성수2구역 역시 단순한 시공사 선정이 아니라 브랜드 경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브랜드 쏠림이 시장 경쟁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이 특정 브랜드를 사실상 선호하는 상황에서는 건설사 간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 경쟁이 줄어들수록 조합의 협상력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최근 압구정과 반포, 여의도, 성수, 한남뉴타운 등 사업성이 높은 핵심 사업장에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조합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에 무리하게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중견 건설사만이 아니다. GS건설과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전통적인 대형 건설사들 역시 서울 핵심 정비사업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주요 사업장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빅5’ 체제로 불리던 정비사업 시장이 사실상 ‘빅2’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GS건설이 자이 브랜드를 앞세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초대형 사업장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권 중심의 수주 편중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업성이 높은 핵심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비강남권 정비사업장은 대형 건설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별 양극화 역시 심화되는 모습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실제 품질 경쟁을 압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1군 건설사 간 기술력 격차가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일부 중견 건설사 역시 충분한 시공 역량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시장은 브랜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품질보다 이름값이 수주 경쟁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정부가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조합원의 브랜드 선호는 재산권 행사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정 건설사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거나 시공사 선택에 개입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상 브랜드 집중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누가 더 잘 지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누가 더 높은 시세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조합원들이 브랜드를 자산가치로 인식하는 이상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중심의 수주 집중 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시장이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 무대에서 브랜드 경쟁 무대로 바뀌면서 시장 질서도 변화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경쟁 약화와 수주 양극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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